어머니 어제 밤 꿈에
마당 한편에서 어머니가 저를 부릅니다. 휠체어에 앉아 계셔 제가 그리로 갔습니다. 환화게 웃으며 하시는 말씀, 가슴이 답답하니 아랫동네 구경 가자고 하십니다.
오랜만에 외출이라 깨끗이 단장하고 나가는 게 어떻겠냐고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머리, 얼굴 씻어내고 옷도 새것으로 갈아입혔습니다. 농 속에 있던 새 고무신까지 신겨드리니, 어머니 10년은 더 젊어 보입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어머니는 차에 타고 휠체어는 트렁크에 싣고 아랫동네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이상하게 차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때보다 날이 좋아 보였습니다. 버튼을 눌러 창문을 내리니 차 안 공기가 탁 트이고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어머니도 좋으신지 창문너머에 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계십니다.
드디어 도착한 아랫동네.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내리는데 어머니가 절 말립니다. 혼자서 걸을 수 있겠다고. 안된다고 했지만 기어코 제 손을 잡고 일어나셨습니다. 그리고 한걸음 씩 걸음을 떼며 마을 쪽으로 걸어가셨습니다. 저는 머리가 멍했습니다. 어머니는 원래 지병으로 절대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했으니까요.
'안 오냐!'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며, '뭐 어때 걸으시니깐 좋아진 거지 뭐'하고 어머니에게 뛰어갔습니다. 10년 만인가... 함께 여기 온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질 않습니다. 옥수수 밭도 그대 로고 친구들이 살던 집도 제자리에 있습니다.
옛 추억과 함께 다시 이곳을 걸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밭에도 들어가 보고 흙장난도 쳐보고 10년 전 그때 모습처럼 말이죠.
안쪽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머니를 알아보며 인사를 합니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머니에 있던 사탕을 아이에게 내줍니다.
아이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어머니 모습을 보니 나오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렇게 잘 걸어 다니시니 너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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